늙기와 죽기 나이를 먹으니까 나 자신이 풀어져서 세상 속으로 흘러든다. 이 와해를 괴로움이 아니라 평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서 온전히 늙어간가. 새로운 세상을 겨우 찾아낸다.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고, 읽는 자가 아니라 들여다보는 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읽은 책을 끌어다대며 중언부언하는 자들을 멀리하려 한다. 나는 글자보다는 사람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가까운 것들을 가까이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보던 것이 겨우 보인다.(70대 노인의 마음이 이런걸까. 어느나라 왕이 삶에 대해 정리해오라고 신하에게 명했다. 처음에는 한권으로 그리곤 한장으로 그리곤 네글자로 정리했다. 생로병사) 신혼의 신부가 남편 없는 한세상을 홀로 늙고, 그리고 죽어서, 젊어서 죽은 육군 중사 남편과..
'공부머리 독서법'이후 읽기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긴글과 짧은글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여기서 긴글은 지문으로만 이뤄진 책이고 짧은글은 만화책을 말한다. 유시민 작가는 책 읽기란 길고 짧음이 아니라 엉덩이를 오래 붙이는 훈련이란 얘기를 했다. 그것이 만화책 수십권이어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어느덧 중학생이 되고보니 잘못 훈련된 독서법이 학습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이 됐다. 둘째 아이가 특히나 학습만화를 포함해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자주 만화책을 보는 것 때문에 긴 문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지만 아이의 국어 성적은 학년을 통틀어도 우수하다. 적어도 국어에서 요구되는 문해력과 독해력은 또래들보다 낫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디지털북과 종이책..
독서하는동안 책 내용에 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샤르트르는 얘기했다. 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에 타인인 나 역시 누군가에겐 지옥이 될 수 있다. 얼마전 포털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유형은 이 책에 다 있었다. 알게 모르게 나만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손실을 보기 싫은 욕망에 소극적 발현일 수 있겠다. 책은 욕망을 놓으라지만 그럴 수 있겠는가. 욕구와 욕망을 구분하긴 하지만 욕구가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욕망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주기적으로 마음챙김과 관련한 서적을 읽어야겠다. 나이 오십이 가까워지면 세상을 달관할 줄 알았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사람에 더 찌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자기애가 강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심리적으로 내가 힘들어진다는 ..
올~드뎌 51권째 책 진입. 권수를 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이왕 마음먹은거 끝까지 가볼란다. 무슨 내용일까, 지금부터 시작!! 테드창의 소설이 왜 유명한가?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영화 '컨텍트'의 원작소설이 그의 작품이라면 이 모든 궁금증은 단번에 해소된다. '컨텍트'를 봤을 당시 느꼈던 전율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일까, 이런 궁금증이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오늘 새벽에야 이 물음을 풀어냈다. 테드창은 브라운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객체주기란 단편을 쓸 수 있었나보단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아마추어적 기술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읽어내려갈 수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전공자였군. 테..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어쩌면 프로젝트 '호기심이 공포를 이긴다'는 말을 좋아하는 신비와 '삶의 의미와 목적은 재미와 감동'이라 생각하는 코기토, 두사람이 만든 놀이터입니다. 이곳에서 어쩌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공간,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배움, 그리고 좋아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쩌다 우연으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의 작은 변화는 시작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정말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회사일에 질리고 있을즈음 이 책을 만났다. 저자는 의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관련된 업종에서 일을 했고 회사와 세상에 질려 시민운동 활동가를 시작했다. 내가 다녔던 전직장 보스는 신년하례식에서 이런말을 하곤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법을 어겨도 할 수 있다. 등소..
비틀고 헤짚어 다시보기 '춘향전'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노란색 천연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대채 가능한 'tang'이라는 분말을 얼음물에 타 마셨다. (근데 난 이 'tang'도 접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샤베트를 만들어 주셨는데 오렌지 샤베트가 있었다. 그때 혹시나 접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옛 조상들이 슬기롭게 책 읽기 좋은 때를 골라냈다. 삼여지공. 겨울과 깊은 밤, 그리고 오래 내리는 궃으비를 뜻하는 음우를 말한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읽는 독서다. 임진왜란은 조일전쟁으로 정유재란은 제2차 조일전쟁으로 불러야 한다. 일본이 침공했고 당시 기득권에선 지키고 싶은 것이 왜란으로 폄하..
이 책은 '노동효'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됐으며, 또한 남미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브라질은 포르투칼어를 나머지 국가는 스페인어를 쓴다는 걸 알아냈다는 것도 나름 수확이다. 그러면 영어와 스페이어만 구사해도 지구에 절반 넘게 여행이 가능하다. 진작에 알면 좋았을 것을 살면서 느즈막히 깨닫는 것들이 하나 둘은 아닌가보다. (본문중에서) '점만을 찍는 여행'과 '선을 따라가는 여행'. 의미를 해석하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여기선 야간버스 이동과 주간버스 이동이란 의미로 쓰였다. 대한민국에선 '마약'으로 취급하는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 강변에서 마테차를 마시며 대마초를 피우는 젊은이들. 그러나 우루과이는 남아메리카 어느 나라보다 깨끗하고 칠레와 더불어 꽤 잘살고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
'미쓰 홍당무' 이분이 만든 영화다. 공효진을 유명하게 만든 그 영화. 그 이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접한 '잘돼가? 무엇이든'. 뭐라고 할까, 글에서 귀여움과 웃음이 틈틈이 묻어난다. 유쾌한 글들이다. 기분이 다운되고 거지같을 때 읽으면 '풋'..아니면 '우하하하' 이런 웃음을 짓게 만든 글. 살면서 많은 글을 만난다. 지금도 만나는 중이고 어제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떠나보낸 글들도 있다. 맥빠지는 글은 읽기 싫다. 구구절절히 네가 나쁜놈이고 세상은 후졌고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는 잘못되었으며 난 피해자다. 이런 글들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 너무 재밌어서 아내에게 추천했다. 혹시나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웃음짓고 싶다면 ..
다르면 다를수록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은 높아지고 번성할 수 있다. 같은 개체는 경쟁만 할 뿐이고 결국에는 둘다 몰살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종이 번성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게 아닐까 싶다. 너무 뜸금없는 얘긴가. (본문중에서)벚꽃 구경은 많이 해 봤어도 벚나무에 꽃밖꿀샘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면 스스로 적극적인 생활의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야말로 태초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불멸의 나선'이고 생명체란 그전 유전자들의 복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 만들어진 '생존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진화생물학자인 나는 늘 삶과 죽음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
'미스 함무라비'를 읽어보다 실패하고 '개인주의자 선언'을 통해 제대로 접했다. 그때 기억으론 이분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치관을 지닌 엘리트(판사). 작가 본인은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위인이고 싶어하겠지만 말이다. '쾌락독서'를 읽으면서 '문유석'이란 사람과 더욱 가까워짐을 느꼈고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지의식' 마저 생겨버렸다. 근데 왜 이렇게 책이 웃기던지 문체도 그렇고 다루고 있는 내용도 그렇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학교 다닐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껄 그랬다. 나름 절제된 글이지만 은근한 자신감이 넘친다. 글을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나 역시 가끔 끄적거리는 글들에 '에고'가 들어가면 다시 읽을때 얼굴이 화끈거린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