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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를  읽어보다 실패하고 '개인주의자 선언'을 통해 제대로 접했다. 그때 기억으론 이분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치관을 지닌 엘리트(판사). 작가 본인은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위인이고 싶어하겠지만 말이다.

'쾌락독서'를 읽으면서 '문유석'이란 사람과 더욱 가까워짐을 느꼈고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지의식' 마저 생겨버렸다. 근데 왜 이렇게 책이 웃기던지 문체도 그렇고 다루고 있는 내용도 그렇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학교 다닐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껄 그랬다. 나름 절제된 글이지만 은근한 자신감이 넘친다. 글을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나 역시 가끔 끄적거리는 글들에 '에고'가 들어가면 다시 읽을때 얼굴이 화끈거린다. 작가 말대로 '자적적인 요소가 들어간 글들을 리얼하게 쓴 다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쾌락독서'에서 다뤄진 책들중 아직도 접하지 못한 책들이 태반이다. 따라가면서 읽는 재미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 목차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내 생각 또한 그러했음을 알게된다. 최근에 수상작들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보인다. 내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생경한 단어들을 가져다 쓴 것인지 아니면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단어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물론 결국은 인터넷에서 뜻을 찾아보고 책을 다시 읽게된다. 화자와에 거리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문유석' 판사는 이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 생각만으로 어찌 알겠나 함께 이해하려면 글로 앉혀야 한다.

(본문중에서) 

인간이란 판단력이 없어서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을 하며,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을 한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안전망은 원치 않는 관계들로 인한 억압에서 나를 지키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개인주의자니 뭐니 해도 어차피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끊임없이 군기, 서열, 뒷담화, 질투, 무리 짓기와 정치질, 인정투쟁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렸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굳이 내 걱정을 해주는 척하며 비아냥대는 사람, 축하해주는 척하며 비틀린 심사를 드러내는 사람,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척하며 험담하는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고 나타나곤 한다.

어깨에 힘 빼고 느긋하게 쓴 글
하지만 한 문단에 적어도 한 가지 악센트는 있는 글
너무 열심히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잘 쓴 글
갯과보다는 고양잇과의 글
시큰둥한 글
천연덕스러운 깨알 개그로 킥킥대게 만드는 글
이쁘게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촌스럽지도 않은 글
간결하고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지정이된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

원래 다들 나이키를 신을 때는 리복을 신어야 하는 법이다.

클리세(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 

어울리던 친구들 상당수는 먼저 합격하여 꽃길로 떠났고, 난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도 이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해야 한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또 계산을 시작했다. 앞으로 일 년간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하면 몇 회독을 할 수 있고...(이거 나도 많이 해봤다. 결론은 계산만 하고 그대로 이뤄지지 않음이 태반이다. 마음에 부담감은 잔뜩 쌓여만 가지만 왜 그렇게 능률이 오르지 않는지 알지 못했다. 일년을 공부하고 하루에 성패를 가리는 상황이 언제나 쉽지 않았다. 있는 그래도를 끄짚어 내서 이렇게 솔직 담백하게 쓸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문유석 판사도 그렇고 책에서 언급한 김영하 작가도 그렇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앞서면 글에서도 느껴진다. 난 내 스스로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뭔가 포장하고 싶은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글은 솔직 담백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알게된다.)

'난 팀의 주역이 아니어도 좋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나는 나만의 '풋내기 슛'을 즐겁게 던질 거다. 어깨에 힘 빼고, 왼손은 거들 뿐.

김용의 소설을 좋아했다. 김용?

때로는 작가가 독자를 이야기로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한사코 밀어내려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생경한 관념어와 뚝뚝 끊어지는 구조, 현란하기만 하고 피로감이 이는 미문 집착, 작가 내면 독백의 과잉, 모호한 결말, 그리고 말미에는 평론가의 격찬. '일기는 일기장에 쓰세요...'(어, 듣고보니 그렇네 낯선 관념어를 보면 답답함과 함께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나?라는 조바심이 들곤한다. 바로 이런 구조였다. 낯선 관념어 그리고 덜다듬어진 이야기 집착, 작가에 독백, 평론가에 상찬까지)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쓴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인간이란 누구나 대체로 찌질하고 인생이란 누가 반사판을 대주지 않기에 영화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

영화 <고질라>의 헤드카피처럼 '사이즈가 중요하다(size does matter) 스케일이 작으면 그냥 막장이지만 엄청나게 크면 대서사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무지는 공포와 혐오를 낳는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의 모든 언어가 소음으로만 들리고 그들ㅇ의 존재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진다.

악마 같은 흉악범이 계획적으로 벌이는 살인은 드물다. 평범한 사람이 사소한 분쟁에 휘말려 순간 울컥해 저지르는 범행이 더 많다. 심지어 동네에서 막걸리 내기 윷놀이를 하던 오십대가 옆에서 자꾸 귀챦게 훈수하는 이웃을 때려 숨지게 한 경우도 봤다.(조심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뉴스에서도 종종 다뤄지곤 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 개인주의 성향의 뿌리

어린 시절의 책 읽기
개인주의 성향의 뿌리
「처용가」, 그리고 삶에 대한 어떤 태도
정독도서관 독서교실
호르몬 과잉기의 책 읽기
책을 고르는 나의 방법, ‘짜샤이 이론’
함께 읽기의 매력
내 취향이 아닌 글들
책이 길면 길수록 더 좋던 시절

2장. 편식 독서, 누구 마음대로 ‘필독’이니

이문열을 거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순정만화에 빠지다
『슬램덩크』가 가르쳐준 것
대륙의 이야기꾼들, 김용과 위화
책 읽는 것조차 폐가 될 수 있다니
80년대 대학가의 독서
이제 와서 ‘하루키 별로야’는 비겁해
신이문의 한낮
책과 음악, 음악과 책
시드니 셀던을 기억하시나요
편식 독서법
티브이, 인터넷과 책의 차이
책으로 놀기의 끝은?

3장.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간접경험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셰익스피어가 흉악범을 교화시킬 수 있을까?
법조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판사의 관점에서 읽는 『속죄』
SF는 인류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
여행과 책, 그리고 인생 1
여행과 책, 그리고 인생 2
책 읽기 좋은 공간을 찾아서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

에필로그_쓸데없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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