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년 독서일기

유머니즘

폭풍미키 2019. 4. 27. 09:24
유머 감각은 단기간에 습득하거나 높이기엔 너무 복합적인 역량이다.유연하고도 예리한 지성, 유쾌하면서 상대를 섬세하게 배려하는 감성이 어우러져야 한다.다른 나라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셰계를 살 수 있음을 뜻한다.

저성장기에 접어들어 생존경쟁이 가혹해지는 가운데, 각박한 마음들이 좌충우돌하고 익명의 공간에서 난폭한 언어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오프라인은 냉랭하다.

일상을 척박하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니, 바로 권위주의와 서열 의식이다. '윗사람'은 허세로 군림하려 하고, '아랫사람'은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본다.

회의 시간에 쉼표처럼 찍히는 농담 한마디가 토론의 역동과 활기를 더해주는 경험을 우리는 종종 한다.

웃음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의 끈이기 때문이다. '격의'란 '서로 거리를 두지 않는 속마음'을 의미한다.

윤고은 '식탁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농담도 공유하지 못하며 더러는 진담도 공유하지 못한다.'

질문 : 어떻게 지내십니까
오이디푸스 : 질문ㅇ이 복합적이군요.
탈레스:물 흐르듯 살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만사가 직각처럼 반듯합니다.
소크라테스:모르겠소
플라톤:이상적으로 지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삶의 틀이 잘 잡혀 있지요.
단테:천국의 온 기분입니다.(21페이지)

사유는 지루한 관념이 아니라 신나는 놀이가 될 수 있다.

무한 성장에 대한 환상과 강박을 내려놓고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해야 하는 지금, 유머는 삶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탐색하는 정신의 놀이다.

좋은 웃음과 나쁜 웃음을 가르는 기준은 '공감'이다.

타인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쾌감ㅇ을 느끼는 병리적 증세까지는 아니어도,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감정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유머의 네 가지 범주
1. 구경거리로서의 코미디
 - 전유성은 '개그맨'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영어권에서는 쓰이지 않는 콩글리시다.

2. 떠도는 우스갯소리

3. 긴장과 욕구의 해소
- 에너지 방출 이론에 이름을 올린 학자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당시 부르주아 여성들의 성적 억압 증상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리비도'라는 심리적 에너지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꿈, 말실수 그리고 농담이 그것이다.

프로이트는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책에서 농담은 숨겨진 신경증neuroses을 드러내는 통로로서 자리매김한다.  성적인 것을 소재로 하는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는 억압과 방출이라는 도식ㅇ으로 설명하기가 훨씬 쉬울 듯하다.

4. 우쭐하는 기분(우월이론)

5. 난센스의 쾌감
진화심리학(인간의 마음은 기나긴 적응의 과정에서 형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학문)

3부 유머 감각의 여섯 기둥
유쾌한 사람은 농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상쾌한 사람은 농담에 웃어줄 줄 알며, 경쾌한 사람은 농담을 멋지게 받아칠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농담의 수위를 높일 줄 안다. 고민스럽고 복잡한 국면에서, 유쾌한 사람은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할 줄 알며, 상쾌한 사람은 고민의 핵심을 알며, 경쾌한 사람은 고민을 휘발시킬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고민을 역전시킬줄 안다.

'듣는 너만 좋고 나는 굴욕감을 느끼면 그건 아부에요.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해요. 직장 상사가 하는 말에 모두 웃는 것, 그건 아부죠. 누구나 직장을 그만둘때 꿈꾸는 거 있쟎아요. 사장이 똑같은 유머를 했을 때, '안 웃기거든, 이 새끼야. 한 번도 웃기지 않았거든, 이 새끼야'라고 말하는 거요. 그게 진짜 통쾌한 거죠.

'웃자고 한 말인데 죽자고 덤비기'도 하고, 정반대로 진지한 말을 농담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냉랭해지거나 성희롱이 되거나 발화자의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유머는 지극히 맥락 의존적인 의미 작용이다.

정보가 늘어나고 보이는 대상이 많아지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영성 지도자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공개석상에 설 때마다 엄습하는 불안과 긴장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전하며, 그러한 약점을 유머로 변환시켜 커밍아웃하면서 안전한 공간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유머를 멋지게 구사하려면 자신의 재능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 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천양희, "오래된 농담"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