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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들으며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쓰려는 내용과는 너무나 먼 감수성을 지녔다. 오히려 잔잔한 음악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비 때문인지 밖이 어둡다. 소설책을 자주 읽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책을 즐겨 읽었다. 앎과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관계에 맥락을 이해하는데 탁월하단다. 얼마전 읽은책에 나온 내용이다. 읽은 책들중에서 두번이나 중복해서 나온걸 보면 흘려들을 얘긴 아니다.

(본문중에서) 


그 여름

 말도 안되는 용서를 비는 수이를 보며 이경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너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 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조차 수이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아서였다. 이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수이의 동그랗고 부드러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그건 수이도 마찬가지였다. 

수이는 남자 중학생들과 축구를 하다 무릅을 다쳤다. 남자 중학생들의 신체 접촉을 피하려다 생긴 부상이었다. 그 부상으로 인해 수이는 축구선수를 그만둬야 했다.

(글 속에 남자 중학생들은 나이어린 각다귀처럼 묘사가 되어있었다. 불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처받은 서로가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시간 때문인지 조금씩 내용이 잊혀져 간다.) 

601, 602

효진의 오빠 기준은 이유없이 효진을 구타했다. 기준의 부모는 그런 아들을 말리려 들지도 않았다. 효진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주영을 입단속하곤 했다. (학교 반친구들에게 화목한 가정을 설명하는 효진에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상한 오빠와는 거리가 먼 가정환경, 이 대목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세상에 주희보다 더 어렵고 어색한 사람은 없겠지.(어릴 적 서로가 꼭 필요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역할에 변화가 생긴다. 과거와는 사뭇다른 거리감이 느껴지고 공감이 적어진다. 그래서 줄어든 대화를 이어갈 소재가 찾기가 어렵다.)

모래로 지은 집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그 장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애를 보내면 마냥 후련하기만 할 것 같았던 마음이 어떤 두려움으로 바뀌던 순간을. 버스가 떠난 뒤에도 나는 터미널에 가만히 서서 모래가 탄 버스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찬바람에 몸을 떨었다.

아치디에서
근처에 큰 강이 있는데다 언덕이 있어서인지 아치디에서 자주 안개가 꼈다. 보통은 아침 아홉시 정도가 되면 걷혔는데 심할 때는 열한시가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혁신도시 내부도 봄 무렵이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심할때는 10시 까지 뿌연적이 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안개를 통해서 인지한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고 묘사를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난다.) 착하게 말고 자유롭게 살아,
언니. 울어서 미안하다는 사람은 싫어(가족주의에 매몰되어 구성원간에 착취가 일상화 된 전형적인 한국 가정 얘기다.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참아내야 하는가. 그건 특정 성별과 관계 없다. 그러나 더 다가올 수는 있겠다.) 관계에 소리 없는 파열음을 남긴 서늘한 기억을 응축시켜 보여주는 방식은 최은영의 소설이 광계 속에서 지향하는 윤리를 투명하게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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