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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30대 일상에서 일년반을 잘라내 여행에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내게 단절이라는 것은 먹을거리와 쉼터를 유지하기 위한 재화를 벌어들일 수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적어도 내게 단절에 의미는 그러했다. 스물여덟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단 하루에 단절없이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살아왔다. 물론 그 사이에 직장을 옮겼지만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고 월요일 다음 회사로 옮기는 식이었다.

 

그래선지 책에 내용이 조금은 낯설었다. 재충전은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든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는데 번아웃 상태면 채워낼 의지도 기력도 상실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가에 1년 반동안에 여행은 용기있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주변을 보면 동일한 결정을 하는 후배들도 있었고 가깝게는 신입시절 입사동기가 그런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들 모두 결국은 나와는 다른 인생경로를 걷고 있다. 살면서 옳은 결정에 의미가 언제나 헛갈리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면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예술은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는 문장을 새기고 공공기관 행사와 공연을 기획했던 청년이었다. 유학을 떠나려고 모은 돈으로 세계 여러곳에서 문화를 체험하는 450일 여행에 투자했다.

 

책에 여정은 스코틀랜·모니아이브, 덴마크·보른홀름, 미국·미네소타, 멕시코·오악사카까지 북유럽과 북미에 걸쳐있다.

 

모니아이브페스티벌에서 축제기획을 체험했다. 보른홀름에서는 시민학교에 입학해서 <빛의 밤>이란 축제를 기획했다. 미네소타에 위치한 야수의 심장 인형 극단에서 메이데이 축제를 함께 경험했다. 메이데이 축제에 특이점은 길거리 퍼레이드라 할 수 있다. 오악사카에서는 사포텍 공동체에서 동화책 만들기를 체험했다.

마지막 여정을 길 닿는데로 설계한 점은 인간적인 면모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땅끝 해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을 곧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서 작가가 만드는 축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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