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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1장. 영국은 없다

우린 그저 영국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실제론 중층의 의미다. 잉글랜드, 스코트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을 가리킬 수도, 때에 따라 잉글랜드를 뜻할 수도 있다. '영국성'이란 단어 자체가 일상화된 건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복잡한 정체성의 나라다.(16P)

 

맨유에 '라이언 긱스' 선수 이름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이 선수가 웨일스 출신이라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웨일스가 본선에 나간적이 거의 없다는군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가장 활동적인 연령대의 남성 열명 중 한 명이 숨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누군가를 잃었다는 얘기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다. 제2차 세계대전을 두고 영국인들은 즐겨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적으론 가용 자원을 초과한 전쟁이었다. 그로 인해 제국이 해체됐고 예전의 위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상처뿐인 영광일 수도 있는 걸 영국은 반복해서 기억한다. 희생과 고난,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마침내 승리란 구도의 영웅 신화로다. 그게 전승돼 공통 체험으로 내재화한다. 국민을 묶어주는 무엇인가다. 계급도, 빈부도 민족도 뛰어넘는 오론이 영국민, 영연방의 신화다. 끊임없이 변주된다. 우리에겐 과연 그런 게 있는가.(59P)

 

책을 읽다보면 영국은 끊임없는 전쟁에 연속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전쟁 영웅들은 영지로 보상하고 귀족들은 본인들에 영지를 넓히기 위해 지속적인 전쟁을 치뤘습니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가문들에는 수 많은 전사자들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족은 기억하고 때로는 마을 공동체에서 그들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영토전쟁 보다는 백성들에 대한 내부 착취가 오히려 심했고 전쟁은 백성들이나 하는 것이란 지배계층에 안일함이 있었지요, 그로인해 백성들에 고통은 심했습니다.

 

2장. 커뮤니티, 축구, 계급

 

2016년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고위 법관 중 4분의 3이 사립학교 출신이고 10명 중 8명이 옥스퍼드대학교나 케임브리지대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저명한 의사 중엔 61%, 군도71%가 사립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영국의 경우엔 입만 열면 출신 계급이 드러난다는 게 문제다. 어느 사회나 그렇긴 하지만 영국은 더 심하다.(97P)

 

계급이라는 것이 본인 세대에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심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환경에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 수록 차별을 주장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 교과서만 공부해서 성공할 수 있는 세대는 더 이상 없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는데 지금은 어렵다. 촛불이후 사회적 현상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조금만 더 지켜보고 그때 논해도 늦지 않겠다.

 

바스가 다 보이게, 또 모든 바스 사람들이 다 나를 볼 수 있게(To see all Bath, and for all Bath to see) (114P)

 

대저택 '프라이어 파크'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글이다. 프라이어 파크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마음속 깊은 곳에 품어든 욕망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3장. 과거도 말을 한다

 

<BBC>는 "어딘가에 스스로 과학자라고 여기지 않으면서도 우리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영감을 제시할, 현대의 존 해리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스타의 제프 멀건 대표도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대학, 최고의 과학자에게 찾아가 해결해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18세기 '경도상'이 그랬듯 공론에 부쳐 누구라도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게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138P)

 

2014년 '경도위원회'가 다시 꾸려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제안으로 영국 공인재단 네스타가 주도했다고 한다. 2017년 코엑스에서 진행한 넥스트콘텐츠콘퍼런스에서 '제프 멀건'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인터넷에 소개된 사진보다 훨씬 훈남이다. 유머와 재치 그리고 가족애가 넘치는 분이었다. 영어가 짧아 제대로 된 대화도 못 나눴지만 세계 주요나라에서 기조연설자로 섭외가 쇄도 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수백 년, 수천 년 후에도 의미 있을 것이란 예상도 한다. 일종의 신뢰다. 999년 계약이 가능한 배경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드니 자기 자신과 가족의 이익, 당장의 이익이 아닌 쪽으로 시야와 관점을 넓힐 수도 있다. 길고 폭넓게 볼 수 있으니 인적 자본과 기술의 축적도 더욱 촉진된다. 이른바 '사회적 자본'이다. 우리에겐 미약한 것들이다.(152P)

 

영국이란 나라가 본섬을 중심으로 지배계급이 끊임 없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기존 문화에 새로운 문화가 더해지는 그런 과정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 역사는 500년 주기로 왕조가 교체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안정적이어서 그런걸까 우린 제대로 된 지도라를 만날 수 없었다. 혼란과 격변기 속에서 새로운 리더쉽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책을 보면 900년 이상에 장기계약 사례를 보게 된다. 그 시기까지 국가체계가 있을꺼라는 자신감일까 우리 정서로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부럽다.

 

4장. 이 정도일까, 싶지만

 

'한강'이 수상한건 맨부커 국제상이다.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대상으로 하며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 수상한다.(196P)

 

맨부커 상과 맨부커 국제상에 차이를 알게되었다. 영문학과 영문번역문학에 구분을 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5장. 웨스트민스터에서

 

"이곳의 고함도, 가시 돋친 야당의 비판도 그리울 게다. 우린 어쩌면 지도자들을 심하게 대하는지 모른다. 다른 나라보다 더.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캐머런은 마지막으론 경쾌하게 이같이 던졌다. (260P)

"I was the future once" (나도 한때 미래였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을 더 늘려야 한다. 300명도 채 안되는 사람들이 5000만이 넘는 국민들에 민원을 어찌 다 해결한단 말이가. 정치를 비용으로만 생각한다면 비효율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의를 대표하는 것이 어찌 효율성에 기반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우리는 의원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 정치제도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내 세대에서 변화된 것까지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수 없이 다투며 다듬은 그들에 제도가 부럽고 질투가 난다.

 

정치는 '큰돈도 편안한 삶도 추구하지 않겠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어느 현자가 '모든 정치가의 경력은 결국엔 실패자로 귀결된다'고 했다.(288P)

 

위 글은 '하우스오브카드'에 저자 마이클돕스와 저자의 인터뷰에 일부다. '하우스오브카드'에 스토리가 영국의회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이 세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영역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훗날 영국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꼭 다시한번 읽고 방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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