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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8>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알쓸신잡을 통해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프로그램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작가란 글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책에는 7편에 단편이 들어있다. 그의 말처럼 각 편마다 새로운 단어를 눈여겨보고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이번 알쓸신잡 시즌2에는 함께하지 않는단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새로 출간될 소설이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본문중 작가의 말중에서)
...이 소설을 기점으로 지난 칠 년간의 내 삶도 둘로 나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세 편에서 <옥수수와 나>의 찌질하고 철없는 작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유골을 받으러 뉴욕으로 떠나 양복만 걸치고 돌아오는 <슈트>의 편집자, 싱글맘이 되겠다는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출판사 사장이 나온다. 그에 비해 이후의 내편은 훨씬 어둡다. 희극처럼 시작했으나 점점 무거워지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아이를 유괴당하거나, 첫랑을 잃었거나, 탈출의 희망을 버렸거나,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앞의 세 편도 뭔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창작의 희열을 잊어버렸고, 편집자는 오랫동안 찾던 아버지의 존재 대신 양복만 얻어 돌아오고, 사장은 오랜 친구의 죽음을 겪는다. 다만 이들은 그 상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옥수수가 아니라 믿으면 됐고, 아버지의 양복이 있으니 됐고, 위선과 작별했으니 된 것이다. 그들이 모두 자기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찾습니다> 이후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지위와 연기는 포기한 채 필적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가고 있다. 2015년에 쓴 이 문장은 그 이후에 쓰게 될 소설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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