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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도치법이 유행한다. 내가 보기엔 영어식 한국표현이다. '답하라, 네가 온 이유를'  '나는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추방당하고 있으므로' 이런 표현이 다음 글을 읽어내게 만드는 호기심 유발기법일까? 새롭다.

익숙치 않다. 이번이 두번째다. 김영하의 글이.

김영하는 익숙하고 계획된 경험보다 무계획으로 인한 우연한 경험 등을 선호했다. 본인 말로는 좋으면 좋은대로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글의 소재가 되니까 남는 장사란다. 김영하의 여행처럼 나는 우연을 즐기지 못했다. 내게 여행이란 나와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이 함께 떠나는 것이다.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나의 여행은 그러했다. 작은 돈을 갖고 온가족이 경험할 수 있어야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SNS 맛집이나 미디어에서 추천하는 여행장소에서 일반인들이 느꼈고 경험했던 것을 똑같이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니 계획은 촘촘해야 하고 봐야 할 것들은 많았다. 여행은 식도락이건만 주린배를 채우는걸 벗어나지 못했자. 작년 도쿄 여행이 그랬다. 온 가족이 처음으로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시간단위로 세워놓은 촘촘한 계획과 편의점 음식을 사랑해선지 애초에 준비한 여행자금에 60% 만으로도 알찬 여행을 진행했다. 남은 돈은 올해초 오사카 여행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고스란히 활용했다. 지금은 여행에 관점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바꿨다. 그렇지만 책상앞에서 책을 통한 여행을 더 선호한다. 현지에서 알 수 없던 것들을 오히려 책을 통해 이해하곤 한다. 앉아서 천리밖을 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첫번째 해외 여행은 짜여진 일상에 감정을 그대로 여행지에 들고 온 모양세였다. 쫓기듯 일정표를 따라가고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며 서둘러 음식을 먹곤했다. 여행에 들뜬 아내와 아이들을 재촉하면서 숙제하듯 여행을 해치웠다. 오사카 여행부터는 달랐다. 새벽부터 걷고 밤늦은 시간까지 여행지를 구경했다. 피곤함에 몸이 붓고 개운치 않은 잠자리라 할지라도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돌아가야 할 집이 있고 여행에 동반자인 가족들이 있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어렵지 않았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답답한 현실에서 토끼굴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 그것이 여행이다.

작가는 대체로 다른 직업보다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그 토끼굴 속으로 뛰어들면 시간이 다르게 흐르며, 주인공의 운명을 뒤흔드는 격심한 시련과 갈등이 전개되고 있어 현실의 여행지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1)낯선 곡에 도착한다. 두렵다. 2)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그러나 곧 또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우선은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처음 방문하는 그 낯선 세계에서 나는 허용된 시간만큼만 머물 수 있다.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떠나야 한다.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작가의 여행경험은 글로 살아나 돈을 벌어다 준다. 두번째는 작가는 단어를 모으는 것이 직업이란 말이다. 김영하가 어느 예능프로에서 했던 얘기다.

나의 경험은 글로 천착되더라도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한다. 게다가 좋아요 또는 공감조차 얻지 하찮은 글들이다. 이런 글들이 넘치고 넘치는게 인터넷 세상이다. 유투버가 재미로 승부를 거는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 애독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부럽다 김영하.

여행을 일상으로 부터 단절된 시간을 보낸다. 일상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마치 현실과 소설에 차이라 볼 수 있다.

사람 장소 환대, 우선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상대가 존재하는 물리적 정서적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를 환하게 맞아주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위 세가지를 지켰을 때 상대와 어느것이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을 환대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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