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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B> <서른의 반격> “손원평

 

작년 여름쯤 <아몬드>를 통해 손원평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다. 쉽게 읽히는 문체가 참 매력적이었다. <서른의 반격> 또한 쉽게 읽힌다. 그래서일까, 소설에 몰입하기가 더 수월하다.

 

주인공 88년생 김지혜와 <82년생 김지영>은 자매일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름도 처한 현실도 비슷하다. 비정규직 인턴을 전전하며 우울한 청년 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김지혜와 아카데미 일로 만난 규옥이 소설을 이끈다.

 

고등학교 친구 공윤은 소름끼치는 캐릭터다. 공윤과 유리코끼리 이야기는 스트레스를 극한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건 장강명<댓글부대>에 이어 두 번째다.

책에 몰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마지막 장에 글을 옮겨본다.

 

(본문중에서)

 

연달아 취업에 실패하던 시절, 정말 여기만은 내 자리일 거라고 생각했던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날, 날이 참 밝았었다. 어딜 올려다봐도 뿌연 대기에 가려 해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눈이 부셔 눈을 뜨기조차 힘든 날이었다. 거기다 비 온 흔적도 없는데 바닥은 시야 끝까지 다 젖어 있어 몹시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마음을 실어 터벅터벅 걷는데 갑자기 발밑에 무지개가 떠서 걸음을 멈췄다. 어디선가 흘러온 기름이 작은 물웅덩이에 고여 찬란한 무지개띠를 만들어낸 거였다. 그런데 모양이며 색이 어찌나 선명한지, 진짜 무지개보다 더 진짜 같았다. 그 묘한 아름다움이 생경해서 기름띠가 물 위에 자리 잡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꼭 비온 뒤 청명한 하늘에 뜨는 무지개만 아름다운 건 아니구나. 아무런 사건도 등장인물도 없는 그날의 기름 무지개가 내 인생에서 꼽는 몇 장면 중 하나란 건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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